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쌈밥] 쌈밥은 나의 인생
양지원
게시일 2022.02.10  | 최종수정일 2022.03.29

 


몸에 밴 친절함을 철학으로

조은애(1962년생)
고향이 전라도이고, 고객으로 다니던 식당을 인수하여 현재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추홀의 음식에 관해서 기록물을 남기려고 사장님께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요. 사장님 성함과 연령이 어떻게 되시나요?
조은애. 61세에요.

고향은 어디세요?
고향은 인천이에요.


인천 토박이세요? 인천 원주민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반갑습니다. 제가 하나의 새로운 발견을 했습니다. 가끔 만나는 분들이 원주민들이 있는데 인천에 대한 자부심이 또 남다르시더라고요. 사장님이 쌈밥집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는지요?
지인이 이 집을 22년을 하셨어요. 아는 분이 하시고 갑자기 이제 연세도 있으시고 오래 하시고 아프시고 하니까, 급매로 이거를 누구한테 넘겼으면 하는 소리를 듣고 제가 이제 아는 분이다 보니까 이 가게에 대해서 잘 알잖아요. 그래서 제가 가게를 인수하게 됐죠. 그래서 지금 5년 됐어요.


사장님께서는 그전에 여기 단골이셨어요?
아니요. 단골은 아니었고요. 쉬고 있을 때 제가 6개월 반을 쌈을 놓는 알바를 했었어요. 여기서. 그래서 이 가게에 대해서는 충분히 많이 알고 있었죠. 그러고선 가게를 인수하게 된 거예요.

그러면 사장님께서 손님으로 올 때와 알바를 할 때는 좀 다르잖아요. 경영하는 부분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어요?
저는 이것뿐만이 아니라 한 22년 동안 장사만 했어요. 아무래도 사람 쓰는 게 가장 힘들어요. 사람과 사람의 그 연이라는 것이 그냥 바깥에서 아는 거하고, 일터에서의 뭐라 해야 되나 종업원들과의 그 관계는 아무래도 좀 미묘하게 그런 것이 아무래도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어떤 건가요?
고추장쌈밥이 가장 잘나가고 그다음에 우렁쌈밥, 간장 제육, 보쌈 이렇게 4가지가 있어요. 사이드 메뉴로 갈치조림이 있는데 갈치조림은 드시는 분들은 꼭 그걸 오셔서 드시더라고요. 아시는 분들은 그거를 드시는데 거의 우리 집은 아무래도 쌈밥이죠.


그러면 이 메뉴는 고정인가요?
저희는 변함이 없어요.


 

계절에 따라 추가되는 메뉴가 있나요?
그렇게 하기에는 제가 너무 버겁고 소홀해질 수도 있어요. 모든 거를 제가 내손으로 다 하고 주방에서 실장님이 퍼주기만 하는 거거든요. 기본은 다 세팅을 해 주시는 거예요. 소스서부터 반찬까지 다 내 손을 거쳐야 되기 때문에 추가로 하는 거는, 그리고 또 먼저 하셨던 분이 22년 동안 그렇게 해왔고, 저도 추가로 이렇게 넣는 거는 힘들어요. 특히 그분의 방식을 이었다기보다도 오래되다 보니까. 여기 쌈밥집이 내일모레면 30년이에요. 그러다 보니 추가 메뉴는 생각도 안 해보고 원치도 않고 그러네요.

제가 지난번에 와서 먹어보니까 반찬 가지 수가 상당히 많았어요. 한정식집에 왔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냥 할머니 밥상이라 해야 하나요. 옛날에 노인분들은 이렇게 반찬을 많이, 집에 있는 거 그냥 냉장고에 있는 거 다 꺼내놓자 그런 식인 거예요.반찬이 골고루 많기도 하고 더 좋았던 건 오신 분들의 양에 맞춰서 주시는 거 였어요. 낭비도 없고.

 


그렇게 세팅을 해 주시는 것 같아서요. 먹을 만큼만 주시는데 그걸 어떻게 짐작을 하신 거예요?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까 뷔페도 해봤고 횟집도 해봤어요. 노하우인 것 같아요.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까 그런 경험에서 나오는. 부족하면 더 드리면 되니까 물론 많이 드시는 분들도 간혹 있으세요. 그런데 반찬은 많이 남기는 편이죠. 그래서 그런 부분이 그렇고, 재활용도 할 수 없으니까 그런 부분도 저한테는 플러스가 되기 때문에요.

그렇죠. 그럼 반찬을 정하실 때는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으시나요?
계절에 큰 영향은 받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한두 가지는 매일 바뀌는 편이에요. 한두 가지는요. 그 전날에 똑같은 반찬이 올라올 수도 있는데 거의 한두 가지는 새로운 게 올라와요. 오래 하다 보니까 단골이 많잖아요. 전체적인 거를 다 바꾸기에는 어렵고요. 주메뉴 포인트로 몇 가지는 아예 안 바뀌어요. 그렇게 하고 나물 종류가 한두 가지씩 조금 바뀌어서 나와요.

맛을 보니까 담백하게 음식을 하시더라고요.
엄마가 전라도 분이셨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엄마한테 혼나면서도 주방에서 반찬도 하고. 몰래몰래 왜 옛날 어른들은 그런 게 있어요. 주방에서 어렸을 때부터 음식을 하면 시집가서 고생한다고 못 하게 했거든요. 엄마한테 매까지 맞아가면서도 몰래 쑥 캐다가 쑥떡을 4학년 때 해서 옆집도 주고 그런데 원래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어디를 가서 음식을
먹으면 이거 집에 가서 꼭 해봐야지 그렇게 하게 돼요. 옛날 엄마들은 김장도 몇 집이 모여서 했던 시절이다 보니까 옆집하고도 왕래가 많았었거든요. 쑥떡을 엄마 몰래 가서 해가지고 지금은 쌀이 흔하지만, 밀가루 개떡은 내가 제일 처음 혼자서 성공한 음식이라고 해야 되나요. 성공을 하고나니까 그 뒤부터 한 가지 이런 거 하면, 다 다른 거 하나 또 하게 되고 또 하게되고, 학교 다닐 때부터 친구들하고 여행을 가거나 그러면 먹는 거는 제가 담당이었어요.

그렇게 반대를 하셨는데 따라가시게 되는 거네요. 사장님 음식을 보면 굉장히 담백하고 깔끔하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도 엄마의 영향 덕분인지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엄마한테 감사하죠.

단골이 많다고 그러셨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단골이 있다면요?
저는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는데 엄마가 지금 누워 계세요. 연세가 이제 90이 넘으셔서 요양병원에 오래 계시는데 손님 중에 딸하고 엄마하고 오시잖아요. 그러면 가서 한 번 괜히 말도 시켜보고 연세도 물어보게 되고 그냥 등도 한번 이렇게 만져보고 싶고 그런 게 지금도 가장 부러워요. 제가 엄마랑 가서 어디 가서 식사도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그게 안 되니까요. 그런 게 가장 기억에도 남고 해보고도 싶죠. 지금 못하니까. 지금 내 나이가 환갑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이제 엄마의 모습이 내 모습인 것 같은 그래서 나도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왠지 어른들을 보면 그냥 안 지나가게 되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 이건 인터뷰라서가 아니라 진짜 내 마음 그래요. 얼마 전에도 엄마 모시고 여행을 갔다가 이게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은 생각에 갔었는데 하룻밤 자고 그다음 날 상태가 안 좋아져서 길병원에 응급실로 정신없이 비상깜빡이를 켜고 파주에서 왔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퇴원하셔서 다행히 잘 계시는데 연세가 이제 얼마 안 남으셨나라는 그런 아쉬움이 있어요.

운영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때는 언제셨어요?
오픈하고 1년이 지나니까 자리가 잡혔어요. 그때는 진짜 호황이었어요. 코로나 오기 2년 전이죠. 지금 2년 됐잖아요. 2년은 먼저 주인보다 두 배의 매상을 기록했었는데, 그러고 나서 한 1년 반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매상이 두 배 정도 이렇게 올랐는데 코로나가 갑자기 오게 된 거예요. 저희는 여기 근처가 관공서 근처 미추홀구청이나 그쪽 분들이 많이 이용하세요. 미추홀구청 분들이 30~40%를 하는데 딱 끊어져 버리다 보니까 좀 힘들었죠.


 

가장 힘드셨던 때는 언제였나요?
지금이에요. 직원들이 5~6명이었다가 지금 한 명 반밖에 안 되니까.

어떻게 두 배까지 매출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몸에 밴 것 같아요. 우리 아저씨는 다른 일을 했었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이 가게 하는 걸 처음에는 반대했는데, 들어온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직원들도 사장님이 하시는 걸 많이 봤죠. 친절이 아니었나 그랬던 것 같아요. 먼저 사장님 때 계셨던 서빙 보시는 분들은 쌀쌀함이 좀 있었거든요. 안 되는 거 거절하고 그랬는데 저희는 웬만하면 손님들한테 들어드리려고 하죠. 속으로 어떨 때는 저것까지는 안 해도 되는데 할 때도 저희 아저씨는 100% 다 수용해 주시는 편이에요. 서비스 정신이에요. 근데 그거 좀 조금씩 제 입장이 그러니까는 직원들한테는 좀 미안할 때도 있어요. 친절함이 아닌가 싶어요.

굉장히 중요합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친절하지 않다면 또 오기는 쉽지 않죠. 사장님의 철학이 친절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되나요. 또 변함없는 맛.

반찬도 고정이 아니라 한두 가지 계속 바꾸시는 것도 굉장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1, 2년 장사를 했으면 그게 참 어려울 거예요. 그런데 오래 장사하다 보니까 그냥 몸에 밴 것 같아요. 어렵지는 않더라고요.

재료 공수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신지요?
아니요. 돈 주면 다 사는 건데요. 하하! 

마지막으로 이 가게를 사장님이 언제까지 하고 싶으세요?
저는 5년을 보기는 해요. 아들은 그런 얘기를 해요. 아직 뭐 40도 안 된 녀석이 엄마가 몇 년만 잘 지키고 있으면 자기가 하겠다고. 나를 닮아서 아들도 음식솜씨가 좋아요. 생선도 발라 먹였었는데 처가에 가니까 며느리 발라주고. 요리해서 식구들 먹이고 그러더라고요. 얘가 중간 사위인데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내가 처음에 생선을 발라줘야지 먹던 놈이 어느 날 외식을 하는데 며느리한테 생선을 발라서 이렇게 놔주는 거예요. 아니 이런! 근데 저는 좋았어요. 잘 가르쳤구나 했습니다.

아드님이 이 가게를 물려받을 생각을 하고 계신 거예요?
있는데 저는 굳이 원치 않아요. 너무 힘든 일인 거를 내가 알고, 아니 직장 괜찮은데 왜 굳이 그만두려고 하는지 몇 년 뒤에는 아무튼 걔는 그냥 입버릇처럼 자기가 하겠다고 하네요. 내가 힘이 닿을 때까지 하다가 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요.

모쪼록 아드님이 이어받으셔서 고객들이 계속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고요.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


 
시민기록일지
· 면담자 : 정은주 (면담지원 : 이혜숙)
· 면담일시 : 2021. 11. 4.
· 면담장소 : 숭의쌈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