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가락국수(우동)] 믿거나 말거나 우동만 100년
양지원
게시일 2022.02.09  | 최종수정일 2022.03.29



자신 있고 오래 하겠다는 뜻으로 지은 우동만 100년.

문장자(1967년생)
서울에서 태어났고, 숭의동에서 2011년부터 살며 2014년 지금의 자리에서 '우동만 100년'을 운영하고 있다. 오래 하겠다는 뜻으로 지었다는 가게 명칭과 다름없이 대를 잇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인터뷰에 동의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사장님의 성함, 나이, 미추홀구와의 인연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67년생이고요. 나이는 쉰 다섯이고요.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2011년 서울에서 이사와 미추홀에서 산 지 10여 년 된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숭의동에 집을 얻었고, 서울로 직장 다니기가 너무 버거워서 8년 전에 차리게 된 게 여기 우동만 100년이에요.

우동만 100년 처음 하신 거예요?
식당에서 한 15년 일했나, 가는 곳마다 제가 한 가지씩 배운 것 같아요. 제가 여기저기서 배운 거를 다 지금 믹스 한 거죠. 부천에서 잠깐 한 경험도 있었고 혼자 하려고 하니까 이거는 반찬도 별로 안 나가고, 제가 반죽하고 육수를 뽑으면 차별화되어 그래도 장사가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을 한 거거든요. 솔직히 쉬운 건 아니지만 망하진 않겠다, 나 혼자 하루에 15그릇만 팔아도 그냥 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했는데 쉽지 않았죠.

명칭을 이렇게 정하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예. 있어요. 우동을 하려고 했는데 우동 그러면 별로 차별화도 안 되고 그냥 지나가지 이 구석진 여기까지 누가 오겠나 싶어서, 그냥 자신 있고 오래 하겠다는 뜻으로 제가 지은 거거든요. 혹시 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꽤 돼요. 제 나이를보고 좀 놀라 하시는 게, 나이 드신 분이 하는 줄 알고 “대대로 물려받으신 거예요?”하고 물으면 제가 또 거짓말 못하니까 그거 아니라고 제가 오래 하겠다는 뜻으로 제가 지은 거라고 해요. 그래서 이름 덕 좀 보기는 봤어요. 

우동 그러면 그냥 일본식 우동 생각하지 100년 그러면 대대로면 혹시 우리 입맛에 좀 맞지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오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지 않을까 해서요. 수제로 하시는 이유도 있으세요?
차별성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내가 대충대충 그런 게 잘 안 되고 재료 받는 거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요. 제가 받는 것도 먹어봤는데 그게 제 입맛에 안 맞아요. 결론은 제 입에 맞아야지 팔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식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은요?
음식은 무조건 맛은 기본이고, 첫 번째로 생각하는 거는 청결. 이것도 제가 그냥 터득한 건데 옛날 분들이 세제로 밀가루도 쓰고 소금도 쓰고 이랬잖아요. 저는 세제 어떨 때 가끔은 쓰는데 우동 삶은 물 그거 모아서 설거지하거든요. 그러면 진짜 좋아요. 세제 필요 없어요. 세제보다 더 깔끔해요. 우동은 한 번 헹구거든요. 삶은 물을 모아 갖고 설거지하면 진짜 깨끗해요, 저희는 세제 필요 없어요. 설거지도 되게 빨라요. 물도 아끼고요.

육수를 낼 때의 재료 구입 어떻게 하세요?
한 11~12가지가 들어가거든요. 거기에 제가 먹어보고 비율을 맞춘 거죠. 레시피를 제가 나름 정한 거예요. 제일 많이 들어가는 게 멸치, 디포리, 무, 양파, 대파 뿌리, 그리고 한약재 조금 들어가고 소금요. 재료 대주시는 곳에서 조금씩 들어오는데 무조건 제일 좋은 거 갖다 달라고 해요.

밑반찬으로 다른 곳과 다르게 짜사이를 선택하시게 된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한 호텔에서 일했는데 거기에 이게 나가더라고요. 근데 손님들이 꽤 찾아요. 내가 나중에 식당 차리면 이거를 해야겠다 해서 내 나름의 레시피로 만든 거죠. 보통 중국집에서 나오는 짜사이는 볶음이거든요. 짜사이는 제가 우리의 입맛에 맞게 무친 거예요. 우동하고 좀 개운하게 먹으라고 이렇게 무친 거예요. 우리나라 짠지와 같다고 보시면 돼요.

육수를 직접 만드시기 때문에 저희 인터뷰가 오늘로 미뤄지기도 했고, 지금 면도 수제로 다 하시는데 이렇게 하시면 굉장히 어렵지 않으세요?
어렵고 힘든 건 있죠. 받는 게 편하긴 하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차별성. 제가 우동만 100년을 차별성 때문에 하는 건데, 가끔 손님들이나 딸도 “엄마 그냥 받아서 하면 안 돼 힘든데.” 이럴 때 있어요. 저는 그건 양보 안 되는 거 같아요. 손님이 이걸로 오시는데요.

육수 끓이시는 게 어렵지 않아요?
겨울에는 따뜻해서 좋고요. 여름은 더워서 힘들어요. 이게 맨날 다르면 어려운데 우리 딸도 끓이는 게 제가 무, 양파, 파 뿌리 이런 것까지 다 제 계량을 이렇게 써놨어요. 딱 맞춘 거죠. 제 입맛에. 그래서 재기만 하면 돼요. 이제는 어려움 없는 거죠.

재료 전체를 다 레시피 화 하셨군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사장님이 직접 반죽하시는 거는 자부심을 느끼실 만할 것 같아요. 자부심 같은 거 없고 그 자부심이라는 거는 딱히 저는 받는 것보다 제가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거. 당연히 받아서 하는 줄 알고 드셔 보고 “반죽 직접 하세요?” 이 질문 되게 많이 하시거든요. 그냥 손님이 뭐라고 그래서가 아니라 내가 먹게끔 해줘야 되지 않겠냐. 돈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거죠.

계속적으로 사랑받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맛이 한결같다는 말씀해 주시고 이 자리에 계속 있어라. 그 소리도 많이하세요. “오래 하실 거죠?” 이 소리 진짜 많이 듣고 그럴 때는 좀 뿌듯하고 “다음에 또 올게요.” 그 말씀 하시지만 오시진 않더라고요. 근데 그 힘으로 버틴 것 같아요. 여기 오실 일 있으면 그래도 찾아 주시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실 것 같은데?
여기 위에 사시는 할아버님이 화가신데 그분은 진짜 거의 일주일에 다섯 번 오세요.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셔요. 당신 말씀은 “까탈스러운데 속이 편해요.” 저는 파는 입장이지만 매일 오시니까 걱정이 되고, 맛있어서가 아니라 꼭 팔아주러 오시는 거 같았어요. 맨 처음에는 그런 기분이 드는 거예요. 제가 먼저 “속이 불편하지 않으셔요? 계속 그렇게 오시는데.” 그랬더니 “이 집 거 먹으면 속이 편해요.” 하세요. 그런데 꽤 오시다가 갑자기 안 오시면 한약 드시는 거더라고요. 또, 옆에 사는 애가 있어요. 처음 온 게 세 살 정도 됐을 거예요. 우리 우동을 먹 는 거예요. 보통 애들이 못 먹거든요. 제가 일요일은 쉬는데 가게 문 닫은 날 다음 날 와서 여기에 대자로 누워서 우동 왜 문 닫았냐고. 아이가 우동 한 그릇 다 먹어요. 그 애가 지금 10살이에요. 거의 일주일에 세 번 네 번 오고 우동 한 그릇을 그 애가 다 먹어요. 요즘에 유모차 끌고 오는 엄마들이 좀 있어요. 그래서 막 물에다가 씻어주는 경우도 있는데, 엄마들이 그래요. “이게 뭐 맵다고 그래.” 애들은 맵다고 그러는데 “너 왜 거짓말하니.” 이래서 제가 가서 얘기를 하죠. 이거 원래 청양고추 들어간다고 “저는 안 매운데요.” 어른들은 못 느끼죠. 애들은 느껴요. 그래도 내가 애들 앞에서는 더 맵다고 그럴까 봐 얘기 안 하고 어른께 살짝 얘기해요. 그럼 이해를 해요. 그래서 물에 약간 씻어주고, 먹는 애들은 먹어요. 그런데 원래 매워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로 인해서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힘들어지셨잖아요. 우동만 100년은 어떠한가요. 배달은 하시나요?
코로나 터지기 1년 전부터 배달을 하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배달이 안정될 때 코로나가 생겨서 배달이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저는 나라에서 주는 거 한 번도 못 받았어요. 저희는 매출 배로 올랐어요. 배달이 월등히 높죠. 만약에 여기가 10만 원이면 배달은 한 20만 원. 그 정도로 배달이 코로나로 더 입지가 넓어진거죠. 이 부근보다는 저쪽 뒷 역 도화동, 송림동, 학익동, 용현동에서 주문이 많아요. 먼데도 손님들이 안 불고 맛있다고 해서 많이 찾아주셔요. 와서 먹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숭의동은 많지 않아요. 다른 지역이 더 많아요.

제물포 시장 주변이 10년 전과 지금 많이 변했을까요?
어우 훨씬 변했죠. 저기 빌라도 새로 짓고 옛날에 구건물 많았다는데 지금은 거의 짓고 있는 게 새 빌라라 젊은 층이 많이 들어온 것 같아요. 손님이 젊어졌어요. 이 주위에서 저희 가게가 끝이었는데 저희 가게 뒤로 많이 생겼어요. 이거는 보셨나요. “미추홀 가볼 만한 골목식당”, 주인공원하고 수봉공원을 새로 조성하면서 주위에 추천할 만한 가게에 해 주시는 거거든요. 근처에 가볼 만한 식당으로 저희가 된 거예요. 수봉공원 별빛 축제 때 조금 덕을 봤어요.

앞으로 우동만 100년이 어떻게 기억이 되고 이어지기를 바라시는지요?
한결같은 맛으로 건강을 생각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우리 딸이 이어서 해 보겠다 하네요. 영업이나 배달 이런 세세한 거 손님들 컨트롤 하는 거 딸이 다 해요. 이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기본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나보다 더하죠. 딸도 음식에 관심이 있어서 숙주 우동도 딸이 개발한 거예요. 자기가 더 개발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엄마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우동, 돈가스, 콩국수는 내가 끌고 갈 거야” 하더라고요. 감사하게도요.

오늘 인터뷰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시민기록일지
· 면 담 자 : 조용희 (면담지원 : 이혜숙)
· 면담일시 : 2021. 9. 14.
· 면담장소 : 우동만 10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