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메밀국수] 메밀100%가 아니면 말을 하지 말어!
양지원
게시일 2022.02.09  | 최종수정일 2022.03.29


메밀과 물로만 반죽해 만드는 순도 100% 메밀요리

박형일(1961년생)

인천에서 태어나 32년을 미추홀구에서 거주하고 계시며, 6여 년 이 가게를 해오고 있다.



미추홀구에서 자랑할 만한 가게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그 중에 제가 근래에 먹었던 많은 가게 중에 선생님의 음식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서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주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박형일입니다.

용현동에서 처음부터 장사를 하신 건 아니고 다른 곳에서 하시다가 오신 거로 아는데, 맞나요?
메밀 100% 할 수 있는 기술을 제가 동춘동에 매제한테 배워가지고 6년 전에 이리로 온 거예요. 거기서 1년 동안 배우고 우리 매제는 일본 가서 배워가지고 와서 거기서 지금 뭐 한 15년째 하고 있으니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60세.

고향이 진짜 인천이신가요?
네.

미추홀구에서는 거주하신 지 몇 년 되신 건가요?
미추홀구에서 산 거는 결혼하기 바로 전에 왔으니까 제가 스물여덟 살에 온 거로 기억해요. 그러니까 미추홀구에서 32년 산 거죠.

그럼 개업을 언제 하셨는지 기억나세요?
2015년 4월 초에, 4월 6일 날인가.

메밀 가게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으세요?
원래 건축을 했었어요. 건축 일을 한 30년 가까이 하다가 경기가 계속 안 좋아 졌어요. 그 당시 매제가 식당 일을, 그때 제가 이거 하기 전에 한 25~6년 그 정도로 오래 했으니까. 이 메밀 100% 하는 기술은 사실 제가 알기로도 우리나라 기술 갖고는 안 된다 그러더라고요. 

거칠고 찰기 없는 메밀을 어떻게 반죽을 해서 하시는지 너무 신기하죠.
연수구에 있는 동생이 메밀국수를 하는데, 내가 너처럼 일본 가서 배울 수는 없고 1년만 배우자. 그래서 동생 밑에서 1년을 배우고 그리고 개업을 하게 된 거예요. 집이 이쪽이니까 그래서 여기 와서 지금 제가 6년 넘게 이렇게 지금 가게를 그나마 해가고 있죠.

그러면은 메밀은 어디 거 쓰시는 거예요?
메밀은 우리나라에서 지금 제일 많이 생산하는 데가 제주도, 봉평 그리고 봉아쪽 이렇게 해서 생산을 하는데 사실 양이 많지는 않아요.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을 정도로. 저는 몽골산하고 미국산하고 수입을 하고 있어요.

여기 반찬 중에 동치미 엄청 좋아하거든요. 직접 담그시는 거로 아는데.
저하고 집사람하고 나눠서 해요. 힘쓰는 건 제가 하고 집사람이 맛 내고 그렇게 하죠. 왜냐하면 여기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와요. 동네 특성상 보면 그 어르신들 입맛을 설탕으로도 속일 수가 없고. 그러니까 진짜 이렇게 담아서 나가는 거예요.

사서 쓰는 반찬 없으신 거로 알거든요.
제가 처음에 동춘동 동생한테 배울 때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오빠가 이거를 할 거면 사서 쓰는 음식은 원재료만 사서 써라. 직접 한 것이라 그렇게 해야지 사람들이 다 안다. 그래도 저희 집사람이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까 그냥 열심히 아무튼 잘 담그고 맛있게 내고 있어요. 

여기 오면 항상 동치미는 “한 번 더 주세요.” 해요. 한 번 더 먹어줘야 돼요. 시원한 맛이 정말 감칠맛이 엄청 좋아요. 반찬을 만드실 때 사장님 입맛 에 맞추시는 거예요. 아니면 좀 평소에 드시던 것보다는 아무래도 장사니까 약간 좀 다르게 맞 추세요?
그 제가 조금 특별한 게 저는 반찬하면서 간을 못 봐요.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어요.

이렇게 자기가 잘하는 분야를 나눠서 부부가 함께하시는 거 좋은 것 같아요.
네. 그러니까 지금 메밀뿐만 아니라 명태조림도 하고 있는데, 요리하는 중에 뜨겁고 맵고 막 이러니까 환풍기 시설 주방에 잘해 놨어도 제가 알러지가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저희 집사람이 책임지고 하고 있어요.

아무리 배우셨다고 하더라도 손맛이 없으시면 이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음식 장사는 아무나 뛰어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 솜씨는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처음에 조금 바란 게 뭐냐 하면 메밀 100%로 한다. 그래서 사람 기술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보면 이제 기계도 있지만 반죽기 자체도 굉장히 고가고, 그 반죽기 자체에서 해주는 일이 워낙 많으니까.

다른 가게에 있는 반죽기랑 좀 다른 거예요?
지금 일본서 직수입 한 거예요. 메밀 100% 반죽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칼국숫집이나 이런 데서 쓰는 그런 반죽기하고는 전혀 다르죠.


작년부터 코로나 때문에 집합금지도 있었고 또 인원 제한도 있었고 그랬잖아요. 여기는 좀 어떠셨어요?
코로나 전에 제 기억으로 아마 개업하자마자 그때 사스, 메르스 이런 게 거기서부터 저는 조금 단련이 됐어요. 이번에 코로나는 그래도 나라에서 제약은 많이 할 수밖에 없잖아요. 어차피 그거 같이 살아야 되니까, 근데 그래도 그나마 조금씩 눈에 보이게 조금씩 풀어주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 뉴스 보면 자영업 폐업률 엄청 높잖아요. 근데 이렇게 가게를 유지하시는 비결이 있으실까요?
100% 메밀을 한다는 게 우리나라 기술은 사실 안 됐으니까. 근데 그게 이제 5년이라는 세월이 넘다 보니까 인정해 주는 사람들도 많고, 건강식으로 믿고 찾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그렇게 찰지게 반죽이 안 된다는 생각을 다 하니까요. 메밀은 그 글루텐이라는 성분이 없고, 밀가루에는 있어요. 그러면 찰기가 없다는 거예요. 찰기가 없으니까 반죽이 안 되는 거야. 근데 그거를 한 게 제가 일본 사람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일본 사람들이 이걸 가지고 굉장히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저 반죽기 자체가 우리나라에는 없어요. 그래서 저거를 일본에서 수입을 해 온 거야. 6년 전에 비싸니까 부산으로 배 타고 와가지고. 부산에서 화물차로 해서 여기까지 오는데, 그때 아마 한 8천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기곗값만.

6년 전에요?
네. 반죽기 하나만 한 8천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저 반죽기가 내가 실수만 안 하면 왜냐하면 기계는 기계잖아요. 입력시킨 대로 돌아가니까. 그러니까 동생한테 배우면서 저도 메밀은 글루텐이라는 성분이 없기 때문에 찰기가 없는데, 근데 “이거 너 뭐 섞는 거 아니냐?” 그래서 저하고도 말싸움 많이 했는데, 근데 진짜 해 보니까, 그러니까 저 기계를 일본 사람들이 기계를 발전시켜서 메밀 100 %를 가지고 이런 면을 먹을 수 있게끔 해준 거야.

메밀 100%로 한다는 걸 믿으면서 손님들이 유지가 되는 거잖아요. 혹시 손님 중에 기억에 남는 손님 계세요?
손님 중에 아버지하고 따님하고 그 아버지가 상당히 젊고 따님도 젊지. 그러니까 근데 같이 와요. 그게 한 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한 4년 정도. 그러니까 개업하고 한 1년 조금 넘어서가 진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시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제가 못 뵌 지 꽤 됐는데 나중에는 이제 아버님께 물어봤어요. 저도 궁금하니까. 그래서 "어떻게 이렇게 메밀국수를 좋아하세요?" 이러니까 사실 얘기를 해주는데 좀 찡하더라고, 딸이 밀가루에 있는 글루텐 성분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거예요. 다행히 메밀에는 글루텐 성분이 없어요. 그래서 진짜 메밀 100% 하는 애를 찾으러 다니고 그랬다가, 저하고 어떻게 우연히 만났는데 진짜 먹어보고 나서 딸이 멀쩡하니까. 진짜 일주일이면 여섯 번을 왔어.

100% 메밀이라는 게 증명이 됐네요.
그러니까 그분들이 와서 그렇게 해 준 거죠. 그리고 제가 협회까지는 기억을 못 하는데 동호인 모임들이 있더라고요. 보니까 네이버에 글루텐 알러지 있는 사람들, 그 동호인들끼리 이런 데를 찾으러 다녀요. 저희 가게 수소문해가지고, 몸이 좀 불편하신 분도 있고 건강하신 분도 있고, 그러니까 자기들끼리 이렇게해서 모여 다니면서 드시더라고요. 그래 갖고 진짜 그 사람들이 인정을 해 준 거죠. 그래서 그분들이 와서 다니면서 이렇게 먹고 그러고 옆 사람들이 있는데 얘기해주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저절로 저희 가게도 처음에는 오해 많이 샀어요.

5~6년 장사하셨지만 계속 장사를 여기서 하실 거잖아요? 사람들한테 어떤 가게로 기억이 되면 좋으시겠어요?
코로나 전에도 메르스나, 사스 이런 것들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가 조금 그냥 웬만하면 믿고 와주면 좋겠어요. 믿음으로.

사장님 연세가 60이 되셨으니까 가게를 이어서 할 수 있는 가족이나 아니면 직원이나 이런 분이 있을까요?
작년 초에 어떤 젊은 친구가 직장 다니는 사람이 와가지고 지금 하신 얘기 똑같이 이걸 배우고 싶은데 사실 자기는 초기 자본이 없다. 직장생활 한 지도 얼마 안 됐고 퇴직금을 받아도 얼마 안 되고. 근데 어르신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놀 수는 없다. 이제 “근데 여기 와서 이거를 지금 당장 하면 그 어떻게 생활하려고 그러느냐? 집에 부모님 모시고 있다며?” 그러니까 자기가 기본적인 비용만 주면 와서 6개월이고 1년이고 봉사를 하겠다.

배우고 싶어서요?
예. 배우고 싶다고. 근데 그렇게 진짜 그런 젊은 친구들이 몇 명 다녀갔어요.

가게를 이어받을 수 있는 분은 아직은 준비가 돼 있지 않으신 거예요?
아직은 없죠. 아직은 제가 그냥 일단은 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매출이 진짜 100만 원 오르는 게 지금 뭐 한 50만 원 정도밖에 안 오르고, 그러니까 지금 들어오시면서 봤지만 일하는 종업원이 하나도 없으니까 저하고 집사람하고 둘이서해요. 제가 어떤 건축 일 때문에 나가야 될 상황이 생기면 파트타임이나 이렇게 사람들을 미리 구해놓고 나가는데 그 실정은 굉장히 어렵죠. 가게가 계속 이렇게 꾸준하게 가는 거면 좋은데 지금은 공백이 너무 많으니까 다들 힘들어요.

아까도 말씀하셨듯이 믿고 찾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6년 동안 운영하시면서 앞으로는 이렇게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지금보다는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으실까요?
그런데 이 메밀은 계절 음식. 계절을 많이 타는 음식이에요. 여름에는 잘 나가. 겨울에는 안 나가. 그러니까 여기는 메뉴가, 그 주종이 두 가지가 있어야 돼요. 그래서 지금 가게에서 코다리찜을 하고 있는 이유가 이제 메밀을 이제 빼야 되니까. 어차피 10월 넘어가면 이제 메밀은 찾는 사람들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때는 동생이 동춘동에 살고 있으니까 이제 전화 통화를 하죠. 식구들 메밀국수 먹고 싶다 뭐 이렇게 얘기하고 그러면 동춘동 보내주고, 그렇게 해서 저는 그냥 여기서는 메밀요리는 두 달 정도, 한겨울에 두 달을 빼요.

반죽을 안 하시고요?
네, 아예 안 해요. 겨울에 한 두 달 반 정도. 메밀을 빼고 코다리찜이랑 뭐 다른거로 칼국수나 이런 거로 대처를 하죠.

그러면 사계절 사람들이 잘 찾는 가게를 만드시려는 거네요.
제가 보고 싶은 사람이 많으니까.

누구한테 이 가게를 소개해줄 때 진짜 자신감 있게 말했거든요. 면도 다르고 맛있다고. 미추홀구 안에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러 가면서 더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시민기록일지
· 면담자 : 이혜숙 (면담지원 : 정은주)
· 면담일시 : 2021. 10. 19.
· 면담장소 : 마루메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