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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어릴 적 그 맛 그대로
최지은
게시일 2022.02.11  | 최종수정일 2022.03.29

어릴 적 그 맛 그대로

 
구 술 자 : 유수미(1973년생)
면 담 일 : 2021년 12월 14일(화)
면 담 자 : 고재봉
면담장소 : 호야네바지락손칼국수

✍ 근황
면담자 :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점은 가족들이 하시는 건가요?
구술자 : 그렇죠. 한 분 빼고는 다 가족이죠.

면담자 : 그러면 어머니, 아버지신가요?
구술자 : 어머니하고, 큰오빠.



✍ 음식점을 하게 된 계기
면담자 : 고향이 어디신가요?
구술자 : 저희 인천 용현동이에요.

면담자 : 호야네 칼국수가 한 몇 년 정도 된거죠?
구술자 : 저희가 중간에 인수한 건데 인수한 게 5년 정도 됐고요. 저쪽 길 건너에서부터 다 따지면 거의 20년 가까이 되지 않을까요.

 

면담자 :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구술자 : 계기는 저희 엄마가 여기 원래 사장님이랑 친구분이신데, 여기 주방에서 일을 하시고 계셨거든요. 사장님이 여기 정리를 하시면서 한번 해보라고 권유를 받아서 시작하게 됬어요.

면담자 : 그러면 사장님은 혹시 고향이 어디신가요?
구술자 : 인천이시죠. 그리고 아저씨는 저기 이북에서 넘어오신 피난민이시고요.

면담자 : 어떤 아저씨요?
구술자 : 그러니까 여기 원래 사장님의 남편분이요. 제일 처음 시작하셨던 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죠.

면담자 : 그래서 메뉴 중에 만두가 있는 건가요?
구술자 : 저희 아버지도 이북 분이시고 또 양쪽 집안이 다 친구분이시라.

면담자 : 황해도 분이신가요?
구술자 : 예



✍ 만두
구술자 : 저희가 강원도 쪽이랑 만두가 비슷한가 봐요. 강원도 분들이 오셔서 사 가시고 또 좋아하시더라고요. 강원도 만두랑 많이 비슷하다고 말씀들 하시더라고요.

면담자 : 약간 실향민 음식이라서 그런거 같아요.
구술자 : 네, 그런 영향이 있겠죠. 저희가 어렸을 때 집에서 해 먹던 그대로 하는 만두여서요.

면담자 : 네, 사실 만두 만드는 일이 어렵잖아요.
구술자 : 만두가 손이 제일 많이 가죠.

면담자 : 칼국수에 비해서 품도 많이 들고 남는 것도 좀 적을 것 같아요.
구술자 : 네, 그런데 만두 손님이 워낙 많으셔서 그걸 없앨 수가 없어요.

면담자 : 아, 그런가요.
구술자 : 네, 손은 정말 많이 가는데 거의 반 이상들이 만두 손님이에요. 

면담자 : 근데 진짜 만두가 없으면 아쉬울 것 같기는 해요.
구술자 : 거의 다 만두 들어간 메뉴라 메뉴가 거의 확 줄어들죠.

면담자 : 만두 소에는 어떤 게 들어가는 건가요?
구술자 : 그냥 기본적인 거죠. 김치가 제일 많이 들어가고, 숙주, 두부, 돼지고기, 파, 부추, 양파, 이런 거죠.

 


✍ 김치, 나물
면담자 : 김치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쓰시겠네요. 칼국수 먹을 적에도 겉절이 있고.
구술자 : 김치 말도 못하죠. 김치만두 속 한 번 만들 때만 한 60kg 정도 들어간다고 보시면 돼요.

면담자 : 겉절이를 먹는데 겉절이 색깔이 아주 예뻐요.
구술자 : 네, 고춧가루 같은 거는 거의 다 국산 쓰죠.

면담자 : 그렇게 색깔 예쁜 게 참 힘든 것 같은데요.
구술자 : 어디 묵은 고춧가루 쓰면 안 되죠.

면담자 : 왜냐면 어디 가면 김치 색깔을 보면 좀 입맛이 상하는 집도 있고 또 어디는 이렇게 김치를 보는 순간 아주 빨갛고 싱싱해 보이면 또 없던 입맛도 생기는 것 같고 그래요.
구술자 : 그렇죠.


면담자 : 보리밥도 주시더라고요.
구술자 : 예, 보리밥하고 나물이 세트로 다 나오는 거라 나물도 지금 같은 물가에는 진짜 가격이 엄청 나거든요. 워낙에 했던 집이라 지금 줄일 수도 없고 뺄 수도 없고 그렇습니다.

 

면담자 : 고사리를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먹는데 꼭 고기 같더라고요.
구술자 : 그래요. 콩나물 같은 거 워낙 흔하니까 남기고 가시는 분도 많은데 고사리가 집에서 하시기가 사실 조금 까다로운 거라 오시는 분들이 고사리는 거의 안 남기고 대부분 다 드시는 것 같아요.

면담자 : 젊은 사람들은 사실 고사리 잘 안 먹거든요.
구술자 : 예, 근데 여기 오시면 많이 드세요. 애기들도 잘 먹어요.

면담자 : 아, 그래요? 재밌는 것 같습니다. 나물이 4가지가 나오는 거죠?
구술자 : 네.

면담자 : 매번 그 4가지 챙기시려면 그것도 손이 엄청 많이 가겠어요?
구술자 : 저희가 하는 게 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에요.

면담자 : 네, 그러니까 보통 칼국수라고 하면 아주 간단하고 그럴 것 같은데, 이렇게 가만히 살펴보면 전혀 안그런거 같아요. 만두부터 시작해가지고 나물 4가지에...
구술자 : 백반집 하는 거랑 별반 차이 없다고 생각해요.



✍ 칼국수
면담자 : 칼국수는 그러면 어떻게 만드시나요?
구술자 : 면은 저희가 반죽을 받아서 써요. 예전에는 다 직접 손으로 했다는데 지금은 인건비가 너무 비싸져서 사람을 따로 두고 쓸 수가 없어요.

면담자 : 근데 칼국수 보니까 뭐 들어가는 거죠? 황태도 들어가는 것 같던데요.
구술자 : 황태 들어가고요. 바지락 들어가고 호박하고 파하고 기본 고명이 그렇게 올라가죠.

면담자 : 부추가 들어간 건가요?
구술자 : 부추는 위에 그냥 얹어서 색깔 예쁘라고 넣어드리는 거예요.

 

면담자 : 황태도 넣어주시더라고요.
구술자 : 원래는 그전 주인이 하실 때는 황태는 안 들어갔었어요. 근데 국물이 약간 좀 싱겁다, 이런 깊은 맛이 없다는 말씀을 하셔서 제가 하면서 황태를 넣기 시작했어요.

면담자 : 황태 집어넣으실 생각을 하셨네요.
구술자 : 네, 가끔은 안 좋아하시는 분도 있긴 해요. 황태 냄새 싫어하시는 분은 빼달라 하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 바지락
면담자 : 그러면 바지락은 어디 특별히 공수해 오는 데가 있으신거에요? 엄청 많이 쓰실 텐데요.
구술자 : 예, 공장에서 연안부도 쪽이실 것 같은데 바지락 공장에서 갖고 오시죠. 매일매일 아침에 들어오죠.

면담자 : 혹시 바지락 먹기에 더 좋은 철이 있나요?
구술자 : 그게 물때에 따라서 바지락이 살이 차 있을 때가 있고, 껍데기는 큰데 알은 거의 재첩만 할 때도 있고, 물때에 따라 틀리더라고요.

면담자 : 그럼 계절이 아니라, 물때에 따라서요?
구술자 : 그런데 또 굳이 따지자면 너무 더울 때하고 아주 추울 때는 별로 살도 없고 싱싱한게 좀 떨어져요.

면담자 : 그러면 그건 손질도 돼서 오는 건가요?
구술자 : 손질해서 갖고 오시는데 저희가 여기서 또 몇 번 닦아야 돼요.

면담자 : 해감이요?
구술자 : 네, 해감을 해서 갖고 오시는데 겉에 조개 껍데기에 묻은 거는 제거가 안되어 있거든요. 그럼 비벼서 저희가 다 닦아야 되요.



✍ 직원
면담자 : 말씀하시는 거 보면 진짜로, 손이 아주 많이 갈 것 같아요. 그럼, 지금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이 몇 분이나 계시는 거죠?
구술자 : 코로나 전에는 6~7명 있었는데, 지금은 저까지 4명이에요. 많이 줄였어요. 단체 손님이 일단 못 오시니까. 그전에는 30~40명도 오시고 어떨 때는 100명도 예약하고 오셨는데 지금은 거의 있어 봐야 5~6명이니까요.

면담자 : 100명을 예약하는 경우도 있어요?
구술자 : 예, 그때 아마 봄이었던 것 같은데 보건소 같은 데서 건강검진하는 철이 있어요. 그때 건강검진 한번 할 때 그 인력들이 한번 오셔가지고 교대로 드시고 가셨죠.

면담자 : 100인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구술자 : 저희가 한 번에 끓일 수 있는 게 20인분이니까 한 10분에 20명씩 이렇게 시간별로 오시라고 했죠.

면담자 : 밀가루 음식이나 국수 다루는 건 손이 아주 빨라야 되지 않나요?
구술자 : 예, 손도 빨라야 되고, 그게 밥처럼 다 해놨다가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들어오시면 바로 끓여서 나가야 되는 거에요. 일단은 한꺼번에 많이 들어오시면 되게 정신없기는 해요. 손님들도 좀 기다리셔야 되고. 그거는 미리 끓여놓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어요.



✍ 기억에 남는 일
면담자 : 혹시 장사하시면서 기억에 남거나 보람이 되거나 아니면 어려웠다거나 이런 이야기 들을 수 있을까요?
구술자 : 어려운 거는 저희가 가격을 안 올릴 수는 없는데 아무래도 물가 많이 올라갈 때 동네다 보니까 많이는 못 올리고 500원, 1,000원 이렇게 올리는데 일단은 드시러 오시는 분들은 물가 오른 걸 뻔히 아셔도 식당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굉장히 민감하세요. 그래서 가격 올릴 때도 굉장히 고민을 해서 올려요.

면담자 : 이게 대중 식사라서 그런 것 같아요.
구술자 : 예, 국수라는 인식을 하시다 보니까 딴 게 몇 가지가 나오든 간에 일단 칼국수니까 비싸면 안 된다는 생각들을 하셔요.

면담자 : 가운데에 있는 요것만 보시고서는 그런 생각을 하시죠.
구술자 : 예, 그렇죠. 그럴 때 제일 힘들고 그런 것 때문에 안 좋게 얘기하고 가시는 분도 가끔 있어요.

면담자 : 파스타는 15,000원, 20,000원씩 받아도 들어가는 건 사실 거의 똑같아 보이던데요.
구술자 : 요새는 짬뽕 한 그릇도 조금 들어가면 11,000원, 12,000원 받는데 밥 모자라 주잖아요. 그런데 그런 건 당연히 드시고 여기 오셔서 500원, 1,000원만 올라가면 그냥 나가시는 분들 가끔 있어요. 그럴 땐 기운이 쏙 빠지죠.

면담자 : 그러니까요. 칼국수가 인식 자체가 아주 서민 음식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거 같아요.
구술자 : 네, 시장 칼국수 같은 거 같이 위에다가 김가루 조금 뿌려주고 나가면 저희도 5,000원 이렇게 받아도 돼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보리밥도 나와야 되고, 나물도 나와야 되고, 안에 황태 이런 거 다 비싼 걸 쓰다 보니까 저희가 이 상황에서 가격을 줄일 수가 없거든요.

 

면담자 : 사실 주는 음식으로 치면 정식인데도요.
구술자 : 정식 세트로 나가야 되는 건데, 아무래도 오래된 동네다 보니까 가격을 저희가 사실 그렇게 올릴 수가 없어요.

면담자 : 또 다른 특별히 하시면서 기억에 남거나 그런 일은 없으시고요?
구술자 : 기억에 남는 거는 거의 단골분들이 그래도 저희는 잊어버리셨나 보다 하고 생각을 하면은 또 오셔서 너무 먹고 싶었다고 얘기하시고, 지방에 사시다가 부산으로 이사 가시는 분들도 인천 오실 일 있으면 무조건 와야 된다고 얘기하시고, 어떤 분들은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강원도에서 사시는 분들이 고향 분들이 너무 좋아하신다고 만두를 여기서 한 20인분씩 싸서 갖고 가시고 이럴 때는 보람이 있죠.

면담자 : 강원도에서 찾아오셔서 그렇게 한다고 그러니까 그건 참 재밌네요.
구술자 : 네, 입맛에 맞으면서 그런가보다 그런 생각도 하죠.

면담자 : 요만한 종지에 고추를 주시던데 그거 삭힌건가요?
구술자 : 예, 저희가 겨울에는 삭힌 걸 쓰고요. 여름에는 그냥 생으로 청양고추를 다져서 쓰는데, 이게 겨울 되면은 청양고추를 생으로 쓰는 게 매운 게 지금 확 떨어져요. 그러니까 한참 매울 때 저희가 사서 미리 소금에 절여놨다가 겨울 내내 그걸 쓰죠. 청양고추가 안 매운 게 들어가면 별로 칼칼하지가 않아서 넣으나 마나 하거든요. 이게 맛이 없어요.

면담자 : 네 그렇군요. 혹시 뭐 다른 거 뭐 말씀해 주실 만한 거 있으신가요?
구술자 : 아니요. 특별하게 없습니다.

면담자 : 알겠습니다. 사실은 저는 칼국수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건 줄 몰랐네요.
구술자 : 네, 저도 해보기 전에는 몰랐어요.

면담자 : 저도 먹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만만치가 않겠구나.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술자 : 저희가 양이 또 많은 편이라 여성분들은 오시면 거의 남기고 가시는 분도 많기는 해요.

면담자 : 네, 양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구술자 : 이게 쪄놓으면 커지고 이래서, 그런데 또 줄이면 또 많이 드시는 분들은 양 줄었다고 싫어하시니까요.

면담자 : 그렇죠. 배부르게 먹으려고 그런 거니까요.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