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순댓국] 시장 골목에 핀 순댓국
양지원
게시일 2022.02.10  | 최종수정일 2022.03.29

서민을 울린 음식

박정희(1957년생)
김해에서 출생하여, 결혼해서 인천에서 생활 중이다.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사장님 성함과 나이가 어찌 되시는지요?
이름은 박정희. 나이는 65세입니다.

여기서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20년 됐어요.

오래되셨네요. 그러면 여기 신기촌 시장에 순대 골목이 형성된 과정은 좀 알고 계신가요?
지붕 하기 전부터 전부 다 지붕 하기 전에는 포장마차처럼 했어요. 손님들 비 안 맞게 하기 위해서 지붕을 낸 거예요. 시공하기 전부터 내가 인수를 해갖고 이렇게 장사를 했어요. 여기 시장 상인회에서 이 다이를 다 해줬어요. 다이를 단체로 다 똑같이 한 건 시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여기 식당 중에서 누가 가장 먼저 했는지요?
그거는 잘 모르겠어. 이제 나이가 들어 그만둔 사람이 많거든요. 그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시작했지. 그런데 나이가 70이 넘다 보니까 허리도 아프고 이러니까 이제 다 그만둔 사람이 두 사람이 있어요. 내가 이 가게를 인수해서 들어오니까 갈빗집을 요 밑에 하고, 두 번째로 내가 제일 오래됐어. 그 사람은 갈빗집 하다가 순댓국밥을 시작했지. 내가 올 당시는 그랬어.

 

순댓국을 여기서 시작을 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다른 장사는 안 하시고요?
다른 장사도 했지. 실내 포장마차도 하고 처음에 저기 제물포에서 했지. 거기서 하다가 먹자골목 관교동 들어갔다가 이리 온 거야.

다른 음식 종류가 많은데 순댓국을 하시게 되었어요?
내가 가게를 친구에게 얻어주고 그 친구가 이거를 2년을 했어요. 2년을 하다가 내가 인수를 받았어.

사장님이 하시기 전에 친구분이 하신 걸 인수하셨군요. 그러면 순대나 이런 것들 어디서 공급을 받고 계세요?
여기는 냉동식품 안 써. 십정동에서 거의 다 오죠. 십정동에서도 물건이 오고 매일같이 전화 오고 그래요. 저녁 되면 “내일 물건은 어떡할까요?”하고 전화가 와. 식재료는 식당마다 업체가 틀려요. 한 사람을 다 모아주면은 안 돼요. 막 가격을 많이 올려달라고 하니까 우리도 감당이 안 되는 거야. 요새 같으면 감당이 안 되죠. 어저께도 5만 원씩 올랐어요. 4kg에.

그러면 어려운 점 없으세요?
많죠. 우리도 요새는 물가도 비싼 데다 들깨 값비싸지. 고춧가루도 자꾸 올리지. 감당이 안 돼요. 우리도 국밥은 천 원밖에 못 올리는데. 안 오른 게 없어요. 지금 다 올랐어요.

이 골목에서 사장님네가 육수가 가장 진하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여기 정육점 하시는 분 중에 부산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사골을 많이 대주고 있어요. 조금 특별하게 대줘요. 그러니까 나도 다른 집에 안 가고 그 집에만 시켜요.

그럼 사장님 고향도 부산이세요?
부산 옆이에요. 김해 장유. 일찍이 동생들이 많아서 일찍 객지에 나가, 부산으로 나와서 나는 고향에 대해 잘 몰라요. 태어났다는 것밖에.

순댓국 반찬으로 깍두기 아니면 김치 어떤 걸 주시나요?
깍두기는 다 우리가 담아서 다 써요. 갓김치는 사철 내내 나오고요.

 

갓김치를 주시는 거예요?
네. 다른 집은 갓김치 안 나와요. 우리는 갓김치는 안 떨어져요. 갓김치하면 전라도잖아. 처음에 우리 친구가 전라도라 갓김치를 하는데 짜면 안 돼요. 돼지고기에 싸서 먹기 때문에 짜면 안 되거든요. 깍두기도 짜게는 절대 안 해요. 깍두기는 담기 좋으니까 그냥 썰기만 하면 버무리거든요. 새우 넣어서 액젓하고 버무리면 되니까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 같은 경우에는 국산을 쓰십니까?
다 국산이고 고춧가루는 중국산하고 국산하고 섞어요.

아까 육수가 특별해서 냄새 같은 거는 안 난다고 하신 것 같아요.
냄새는 곱창에서 나거든요. 몇 년에 한 번씩 나는데 그걸 우리도 찾을 수가 없어요. 손님들이 냄새난다고 하니까 기름기도 빼고 손질해도 냄새날까 봐 신경 쓰죠.

 

육수에 사장님만의 비법이 있습니까?
비법은 없고요. 그냥 우리 같은 경우에는 사골뼈를 같이 하니까 조금 진하지요.

어떤 종류의 조미료가 들어가죠?
미원 같은 건 많이 안 써요. 요새 미원 안 먹는 사람이 참 많아요. 포장도 자기네들 미원 안 넣게 하고 다시다도 다 넣지 말라 그래요. 처음에는 미원을 안 넣으니까 맛이 좀 떨어지는 거야. 이제 우리 입맛에 밴 거예요. 그래서 조금 넣어요. 음식은 이제 호불호라. 내가 좋아하는 데가 있는가 하면 또 어디 다른 사람은 또 싫어하는데 나는 좋은 데가 있거든요. 부모 자식 간에도 다 단골이 틀려요.

순댓국 가격은 신기시장이 다 똑같아요?
똑같아요. 단체로 의논해서 하거든요.

 

순대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시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한 집에서 써요. 전에 장사했던 사람이 그만두고 순대를 만들어서 대줘요. 내가 20년을 장사하면서 순대를 안 바꾸는 이유가 그 집 순대가 그래도 최고의 맛은 안 떨어져요. 여기 다 한 집에서 받아요. 재료상도 순대도 팔고 이러는데 맛 차이가 많이 나요. 그래서 어지간하면은 재료상에서 안 갖다 쓰지. 근데 순대가 딸리는 날이 있어요. 순대만 나가는 날이. 그러면 할 수 없이 갖다 쓸 때도 있어요. 그러면은 손님들이 먼저 알아. 순대가 후추 냄새가 많이 나고 맛이 없다고. 손님한테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해야지만 사실 순대가 모자라 가지고 어쩔 수 없이 쓰는 거라.

20년 동안 하시면서 시장에 사람들 삶의 어떤 과정들이 있잖아요. 옛날과 지금 손님의 차이가 있나요?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옛날에는 술을 많이 마셨거든. 요새는 술도 많이 마시는 사람도 없고, 많이 오는 사람도 없고 그래요. 저녁 되면 한 사람 많이 오면 두 사람이고. 나는 8시 지나면 문 닫아 버려요. 오전만 장사 되지 오후부터 가족끼리 먹으려고 포장을 많이 해요. 한 사람 안에 들어와서 안 먹어요. 왜 그러냐면 포장 양이 더 많거든요.

지금 한 20년이 되셨는데 몇 살 때부터 하신 거예요?
한 것은 40대 초반부터 한 것 같아요.

손님 중에 힘들게 하는 분들이 있나요?
엄청 많았어요. 술만 먹으면 찐자 붙고, 돈 한 푼 주라고 찐자 붙고. 이런 사람도 참 많았어요. 밥 주라 하는 사람이 있고, 별사람 다 있어요. 시장에 요새는 그런 사람은 없는데 옛날에는 더 많았어요. 나는 젊은 사람이 노숙자면 나 밥 한 톨도 안 줘요. 쓰레기통에 버리면 버렸지 밥 안 줘. 게을러 가지고 밥을 한 번 두번 주면은 그런 사람이 계속 와요. 나도 어렵게 산 사람이야. 고생도 많이 하고. 내가 이 가게 하면서 아들 장가보내고 했어요. 시장에서 장사하는 게 쉬운 게 아니야. 여기는 말도 못 해. 실랑이도. 뒤돌아서 보니까 소주를 갖다 먹은 거야. 안주도 오기 전에 자기가 꺼내 갖고. 주문은 다 해놔 놓고 혼자 마셔뿐다니까요. 그렇게 진상 노릇 한다니까.

자기가 꺼내 먹으면 셀프 아닌가요? 갖다가 먹어서 돈 줄 거 아니에요.
시계 같은 거 이런 거 옛날에는 맡겨 놓고 술을 먹었어요. 돈이 없으니. 그래 갖고 시도 때도 없이 온천지 신 벗고 다니고, 가게 안에 돌아가고 술 취해서 맹세하고. 이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오죽했으면 그 사람 누나가 나한테 맹세하고 싹싹 빌면서 봐달라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많이 어려우시잖아요?
지금 사람이 안 들어오잖아요. 단골손님도 영영 안 들어와요. 새로운 손님을 잡는 입장이지요. 코로나 때문에 손님들이 잘 안 들어오고 포장을 하잖아요. 전부 포장이죠. 가족끼리 먹으라고.

그러면 포장 용기가 있어요?
비닐에다가 포장해줘요. 양이 많으니까. 용기에 싸주면 양이 적다고 봐요. 손님들이. 그러기 때문에 비닐에다가 싸서 주고 육수도 우리가 식혀서 싸줍니다. 순댓국도 비닐로 포장해서 줍니다. 식혀서 뜨거우면 고기가 익잖아요. 다 식혀가지고서는 우리가 고기를 썰려고 손질을 했잖아요. 비계를 버리고 그러니까. 뜨시면은 고기가 익어서 물렁물렁해져요. 그래서 다 식혀서 포장을 해요.

주문해 놓고 “가서 장 보고 오세요.”라고 하겠네요?
손님들이 장 보고 오는 사람은 오고 가서 사고 와서 가고, 육수가 뜨거울 때는 차 타고 가는 사람은 시장 봐서 오라 그러고, 물에다가 얼른 식히고 그래요.

사장님께서는 포장해 가시는 분들을 위해서 식히신 것 밖에다 두세요? 아니면 냉장고에 두세요?
바깥에도 냉장고 있잖아요. 손님들이 밖에서 포장해서 가는 사람들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

사람들이 와서 음식을 시키는 취향은 좀 어때요? 뭘 비중으로 많이 하고 있어요?
나이가 좀 먹은 사람들은 오면 서비스 좀 주라 하고 그런 사람도 있고, 요새 젊은 사람들은 막 주면 주는 대로 그냥 먹어요. 젊은 친구들은. 나이 먹은 사람들은 술 먹는 사람들은 우리가 좀 잘라주지. 먹으라고. 젊은 사람도 그게 정이었단 말이에요. 전통시장에. 그래서 사람들이 찾고 이렇게들 하고 있죠. 원리 원칙대로 하다 보니까 정이 없어. 그냥 저희 아들하고도 얘기를 하면 딱딱 끊어지다 보니까 정이 없어요. 옛날처럼 막 하고 또 이제 사장님하고도 농담도 주고받고 그러면서 이제 어느 때는 손님 없고 하면 약주 좀 하시면 같이 술 한잔하자 이렇게 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없고요. 나는 손님들 앞에서 술을 안 먹지. 아는 애들 친구들이 오고 이러면 어쩌다가 친목계 있고 그러면은 한두 잔은 마셔도 많이는 안 마시지. 그래서 요새는 거의 끊다시피. 왜 그러냐면은 당도 있고 이러니까 거의 끊었어요. 요새는 술도 많이 먹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나도 좋지. 요즘에는 소독하기도 귀찮고 의자 같은 데 다 소독하고 닦고 뿌리고 닦고 그 것도 귀찮아요. 아침에 내가 어떤 때는 6시 좀 넘어서 나와요. 그러면 소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그것도 또 닦아. 수분도 딱 씻어야 되는 거지. 의자마다 다 다니면서 다 뿌리고 닦고 해야 돼. 화장실부터 전부 다 변기통도. 그러니까 매일 내가 할 일이 많은 거야.

만약에 그 국물을 빨리빨리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아이스팩을 자원순환으로 해서 사용을 하고 있는 걸 알고 있는데 그거 알고 계신가요? 그거 갖다가 넣어주면 되지 않나요?
안 돼요. 육수가 너무 펄펄 끓어서 나오면 금방 안 되지. 비닐에 담기에 물에다 식혀요. 물에다 식히는 게 제일 빨라요.

사장님 이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어떤 거예요?
바닥 닦고 이런 거는 내가 할 일이지만 저런 것들은 밖에서 물건을 준비를 해야만 팔 수가 있으니까. 내가 그래 갖고 이 바닥은 시간 되는 대로 아침에 일찍 6시나 일찍이 나와서 바닥 청소하고 하고 있지.

재료를 가장 중요시 생각하시는군요?
저녁에는 항상 재료부터 먼저 시켜요. 전화가 와요. 거기서 “내일 뭐 들어가면돼요?”라고. 다시 계속 머리는 매일같이 사 오니까 그러면 내장이 필요하거나 다른 것이 필요하거나 이러면 그 사람들이 다 갖다주니까 저녁에. 돼지머리도 삶아서 여기 식당들은 다 삶아요. 그래서 골목에서 냄새가 나요.

코로나 때문에 행사들이 많이 없어 돼지머리를 많이 안 쓰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조금 적게 나가요. 옛날같이 그렇게 행사 같은 거 없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없으니까 머리를 적게 삶지. 그러니까 요새는 종업원들 많이 쓰는 집은 힘들어해요. 장사가 안 돼서.

지금은 사장님 혼자 하시는지요?
옛날에는 사람이 있었어요. 내가 힘들고 바쁘고 해서. 그런데 그 사람 나가서 우리 집에 단골손님 다 빼가서 지금은 혼자 해요.

나가서 차리신 건가요?
그 뒤로 내가 사람 안 써. 짧은 시간에 손님 전화번호를 땄더라구요. 부산물을 시키는데, 그리 다 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사람을 안 써요. 내가 어디 외국으로 놀러 가도 문 닫아놓고 가요. 나는 사람을 안 써요. 
나쁜 게 있어요. 옛날에 한 9년간 같이 한 아줌마도 있었거든요. 그 아줌마 참 장사 잘했어요. 나 이상으로. 그런데 그 아줌마만치 장사하는 사람도 없어 잘하는 사람이 참 장사 잘했어요.

장시간 고맙습니다.

 
 
시민기록일지
· 면담자 : 김용경 (면담지원 : 정은주)
· 면담일시 : 2021. 09. 18.
· 면담장소 : 신기촌 시장 언니네 순대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