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밴댕이무침] 대물림의 맛
양지원
게시일 2022.02.09  | 최종수정일 2022.03.29


고향의 이름을 붙인 금산식당, 밴댕이로 대물림을 하다

추현숙(1956년생)

동인천에서 태어나서, 미추홀구에서  살다가 현재 식당을 운영해온 지 26년이 넘어가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이 동네에서 삼십여 년 넘게 살면서 오랜 세월 다니고 있는 이곳이 떠올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성함과 나이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66세이고요, 이름은 추현숙입니다.

고향은 어디세요? 그리고 미추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는지요?
고향은 동인천이고, 미추홀구에 살았었고, 지금은 중구에 살고 있어요. 이곳 학익동에서 식당 운영한 지는 1994년 8월 6일에 사업자 등록을 했어요. 그 이전에 시어머님이 생선회가 흔했기에 그 시절에 연안부두에서 밴댕이 식당을 하셨었고, 큰동서도 했었고, 시누이님도 하셨고, 저는 1996년부터니까 25년을 넘어서는 말하자면 대를 이어가는 ‘이어가게’인 거죠. 식당 간판도 대를 잇는 상호예요. 시부모님 고향이 이북 금산이시라 남한에 정착해서 식당을 하시면서 고향 이름을 붙이셨어요.

어쩐지 상호가 60~70년대 간판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런 전통이 있는 거군요. 옛날에 인천은 밴댕이, 꽃게 등 어물이 굉장히 흔했었는데 혹시 어물들을 직접 어획하기도 하셨는지요?
그런 기억은 없어요.

식당 운영은 부부 두 분께서 함께 시작하셨나요?
처음에 남편은 수협에 근무했었고, 그러다 보니 생선에 대해서 잘 알고 지금도 생선 손질은 남편이 해요. 

생선 손질하는 얘기 좀 해주시겠어요? 그리고 생선 구입은 어떤 과정으로 하시는지요?
구입은 공판장에 나가서도 사 오고, 어시장에 나가서도 사 오고, 생선의 선도를 잘 보실 줄 알기에 직접 골라서 사 오고, 손질을 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생선의 선도가 떨어지지 않게 손에도 열이 있기 때문에 얼음을 가까이 두고 이용해요. 얼음만이 선도를 지키는 데에는 최고예요.

손질하실 때 손도 시리겠네요. 손님으로 와서 음식을 먹기만 할 때에는 그런 어려움이 있는 줄 미처 몰랐었네요. 밴댕이는 사시사철 나는 생선이 아니잖아요? 5, 6월 어획기 외에는 어떻게 수급을 해서 보관을 하시는지요?
음, 대부분 잘 모르시는데요, 드문드문 이긴 하지만 밴댕이는 많이 잡히진 않지만, 사시사철 잡힙니다. 그러면 수시로 잡히는 때를 알아서 사 오고, 어떤 때는 지방에서 올라오기도 하고, 생물을 확보하기 위해 수시로 전화를 하고 그래요.

사철 수시로 수급을 해도 어획량이 많을 때 사놓았다가 냉동보관도 하실 것 같은데요. 필요할 때 해동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냉동도 사용하는데 손질해서 냉동보관 하는 경우도 있고 짝으로 얼리는 경우도 있는데, 음식점이다 보니 수시로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미리미리 자연해동을 하고 있어요.

재료 준비를 해야 하는 타이밍과 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섬세한 과정들이 있네요. 밴댕이무침의 경우 부재료도 많이 들어가는데요. 구입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채소는 시장에 가서 구입을 하는데 신선한 걸 우선으로 하죠. 희한하게 싱싱하지 않으면 잘 무쳐지지가 않아요.

싱싱한 채소가 잘 무쳐진다는 말은 새로운 사실인데요. 잘 무쳐지는지에 대한 미묘한 차이를 조리를 하면서 느끼신다는 건데 그 차이를 어떻게 느끼시는지요?
일단 싱싱한 채소를 그때그때 사용할 만큼만 구입해서 잘 씻어서 관리하며 만드는 게 중요하죠. 손이 엄청 많이 가요.

밴댕이무침을 보면 우선 음식의 선홍색 고춧가루가 입맛을 돋우던데, 고춧가루 구입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음식은 시각이 먼저죠. 시각적으로 음식에 대한 평가가 나오죠. 재료가 중요한만큼 고춧가루나 참기름은 방앗간에서 구입을 하는데 기름은 매일 짜 와요. 거래하는 방앗간에서 저희는 매일 쓸 양만 딱 구입해 와요. 고춧가루 색깔을 이쁘게내기 위해선 고춧가루양 조절도 해야지요. 어르신 같은 경우 매운맛을 줄이기 위해 양을 조절하고 젊은 층은 또 따로 요청하는 대로 고춧가루양을 조절하죠. 종업원을 두고 일할 때는 손님마다 각각의 맛을 조절해 드리는 게 안돼서 우리가족이 직접 요리를 하고 있어요.

무슨 일이든 오랜 시간 지내다 보면 나태해진다거나 음식 맛이 변한다거나 곳곳에서 소홀함이 드러날 수 있는데, 이곳 식당은 제가 오랜 세월 드나들었어도 모든 면에서 변함이 없는 점이 참 좋아요.
저희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고, 사훈도 있어요. 저쪽에 현판 보이시지요. ‘처음처럼’ 예요.

 


음식점에 사훈 현판이 있는 건 처음 보는데요. 상당한 가치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현판을 새긴 날짜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는데요.
그때는 미처 그런 생각까진 못했는데 지금도 출근하면 현판을 보면서 때로는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고 할 때, ‘초심을 잃지 말자’ 마음을 새로이 다지며 일을 시작하죠. 

 


여러모로 의미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신 것 같은데요 사훈이나 이어가게 현판을 눈에 띄는 장소에 걸어두시지요?
대물림 가게 현판은 밖에 걸려 있고요. 제가 아주 오래전에 미추홀구 음식 경진대회 1회 때 밴댕이무침으로 출전해서 우수상을 받았어요. 경진대회 모든 과정이 굉장히 엄격했고, 힘들었지만 오랜 세월 밴댕이를 만지면서, 뭔가 업적으로 남기고도 싶어서, 도전을 했었죠.

제가 덩달아 기분이 좋은 건 이렇게 훌륭한 조리사가 운영하는 오래된 가게가 미추홀구, 우리 동네에 있다는 점이 뿌듯합니다.
이렇게 인정받기까지는 늘 노력하고, 음식을 만들 때 손끝에 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염두에 두고 하죠. 그걸 손님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멀리 이사 간 손님들이 ‘아직도 그 사장님이 일하시나’ 알아본 후에 오
셔서는, “아직도 하시네요, 멀리서 달려왔습니다.” 하시며 오시는 분도 있으세요. 그럴 때 보람도 있고 굉장히 반갑죠. 메인 메뉴인 밴댕이도 맛있지만, 반찬으로 나오는 간장게장이 밴댕이 못지않게 맛있어요. 

이 식당을 생각하면 그 간장게장이 밴댕이와 동시에 떠올려져서 어느 땐 그 게장이 먹고 싶어 들르는 적도 있어요. 일 년 내 늘 내놓으시던데 그 게 이름이 뭐예요? 그리고 수급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황게에요. 금게라고도 하고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더라고요. 이 게는 수심이 깊고 청정한 곳 에서만 살아요. 단맛도 나고 껍질도 딱딱하지 않고 연한 편이죠.

게 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늘 반찬으로 내놓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늘 손님들이 좋아하시고, 어느 분은 게 생각나서 오시기도 하는데 안 할 수가 없고, 약주 하실 때 안주로도 드시니까 계속 내놓아야죠. 내 주머니 불리는 것보다는 서비스 차원으로 한단 생각에요.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요청하셔서 판매도 하고 있어요.

합성조미료, 과도한 소금, 설탕의 사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생선을 취급하기 때문에 비린 맛을 잡기 위해 특별한 양념을 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전혀 생각지 못하는 비법이 있어요. 그리고 식당 안에 비린내가 나지 않기 위해 수시로 환기를 해서 식당의 청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말씀을 듣노라니, 식당 환경이나 음식에 자부심이 크신 것 같아요. 다른 가게와 다르게 금산의 밴댕이가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가치 있는 점은 대물림 가게라는 거구요.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받았고 인천에 밴댕이 집 많아요. 우리 집에서 전파된 집이 많아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밴댕이를 씻는 것부터 그 후의 관리에서 조금은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여름에 기온이 오를 때에는 생선의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죠. 무침과 어울리는 밥을 고슬고슬하게 짓기 위해 쌀도 고품질의 쌀을 쓰고요.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이 여러모로 식당을 가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식당 운영에 관해 여쭙겠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얘기할 때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방송 매체에서도 많이 다뤄지고 있는데요, 사장님 가게는 어떠신지요?
저희는 다행히 큰 타격은 없지만 그래도 코로나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 인원제한 등에 묶이다 보니 아무래도 매출에 차이가 있죠. 살림에 지장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극복책은 있을까요?
뾰족한 방법이 없죠. 그저 손님들이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시도록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죠. 그저 묵묵히 이 자리에 있어요. 그러다 보면 포장 손님도 있고요. 배달도 하고요. 배달을 보내다 보면 손님들의 불만이 더 신경 쓰여서, 음식을 안전하게 배달하기 위해 용기도 일 센티미터 더 높은 거로 바꿨어요.

 


코로나 시대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 배달이 많다 보니 일회용 용기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환경오염이라는 큰 문제와 부딪히게 되는데요. 그 점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신지요?
맘이 많이 불편하지요. 손님들이 가정에서 드실 경우 집에서 용기를 가져오시는 분도 더러 있어요.

포장 용기는 갈수록 늘어나고, 환경오염은 더 심각해지는 위기의 상황에서 환경문제는 개인적인 고민을 넘어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홍보나 계도 활동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화제를 좀 바꿔 볼게요. 이 식당을 운영해 오신지가 28년여 세월이 흘렀는데요. 시어머니 때부터 큰동서를 거쳐 온 세월을 합치면 밴댕이 음식은 60~70여년이 넘어서는데요. 백 년 가게로 이어 갈 수 있으실까요?
네, 애들이 또 이어받을 겁니다.

동네식당이라고 생각했을 때와 이렇게 이 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먹으면 음식 맛이 다를 것 같아요.
지금 이 식당 자리가 음식점을 하기에는 도로에서 들어가 앉은 곳이라서 좋지는 않아요. 처음 개업을 할 때는 이 주변이 번화가였었는데 지금은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며 안으로 묻히게 되었죠. 식당 외관도 허름하고 간판도 옛날식이지만 어찌 보면 그 점이 또 오래된 식당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단골손님들이 여전히 찾아주시니까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손님들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느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예전엔 음식값이 싸면서 양이 많은 걸 좋아하는 손님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런 분은 없고, 건강을 우선으로 하니 매운맛이나 단맛을 개인적으로 조절해 달라 하기도 해요. 또 과거엔 약주를 많이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간혹 싸움도 하기도 하는 진상 손님들이 있었는데 그런 거 없어졌죠.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으신지요?
저희 식당에 자주 오시던 분들 중 돌아가신 분들도 있는데 그 후손들이 오시기도 하고 마지막 병석에서 드시고 싶은 음식이 저희 집 음식을 얘기하셔서 저희 집 밥그릇에 음식을 갖다 드린 적도 있어요. 그 후손들이 돌려주지 못한 그릇에 대해 얘기를 하기도 했었죠. 우리 집 음식을 생각해 주신 것도 참 감사한 일이죠. 눈물이 나더라고요.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자손들도 계속 찾아주시고요.

오늘 엷은 선홍색 찻잔에 대추 고명까지 얹어 내어주신 오미자차를 보는 순간 손님을 대하는 사장님의 마음을 읽으면서 대물림 가게를 이어오시는 이유를 가슴 깊이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 잘 지키시면서 미추홀구의 역사와 함께 존속하는 멋진 음식점으로 남아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기록일지
· 면담자 : 표기자 (면담지원 : 정은주)
· 면담일시 : 2021. 8. 26.
· 면담장소 : 금산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