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집밥] 집밥의 승리
양지원
게시일 2022.02.09  | 최종수정일 2022.03.29


인천 사람의 집밥에서, 바다가 묻어나오다. 인천을 알려면 꽃게를 알아야 한다. "인천 하면 꽃게요. 꽃게 하면 인천이다."라는 시절이 있었다.

이진선(1944년생) 천선미(1964년생) 모녀
어머니는 충북에서 태어나 인천으로 시집와서 50여 년 넘게 살고 있고, 딸은 인천에서 태어나 미추홀구에서 살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랜 세월 인천에 살고 계시는 선생님의 식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선생님 태어나신 곳과 연세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충북 괴산에서 태어났고, 78세예요.
64년도에 결혼했으니까 57년 정도 됐네요. 결혼 초엔 용현동에서 살다가 연수구에서 10여 년 살다가 동구에서도 살고, 다시 미추홀구로 이사 와서 합하면 미추홀구에서 산지는 20여 년 되네요.

그럼 결혼 전에는 태어나신 괴산에서 내내 사신 건지요?
괴산에서 태어나기만 했고 오래 산 곳은 보은이에요. 보은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하고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선생님 보은에 사실 때를 생각해 보니 한국전쟁도 겪으셨을 텐데, 그때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한국전쟁 후 복구가 막막하던 시절이니 먹거리도 귀하던 시절이었을 텐데 기억나시는 장면들이 있으시면 좀 들려주세요.
피난 시절 생각나는 거가 아마 1·4후퇴 때인 것 같은데, 동네에도 총알이 막 날아다니고 남들은 모두 피난 간다고 난리인데, 우리는 아버지가 경찰이셔서 아버지가 오셔야 가는데 아버지가 큰 짚차를 가지고 오셨어요. 트럭보다는 작고 뭐 쓰리코다라고 하는 차를 타고 대구로 내려갔었죠. 다른 사람들은 또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서 대구에 빈집이 있어서 거기서 살다가 다시 올라온 것 같아요.
이리저리 전쟁통이라서 잘 기억은 안 나지. 어떤 큰 집에 그 아래채 방 하나를 얻어 가지고 거기서 지내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자반고등어인 것 같아. 새끼줄에다가 두 마리가 걸려 있는 거 기억나고 그리고 거기 피난 갔을 때는 주인집 에서 얻어먹은 거지 뭐. 그때 먹은 그 총각김치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요. 고춧가루도 우리가 지금 해 먹는 것과 같이 빨갛지도 않고 거의 그냥 하얀 빛이 나는데도 그 맛을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고.

오래된 그 시절, 총각김치의 고춧가루 색깔까지 기억하시는 것 보면, 피난통에 먹거리가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좀 알 것 같아요. 64년도에 결혼하며 인천에 사시던 그때 이야기가 듣고 싶은데요, 제가 인천의 음식에 관한 책에서 읽었는데, 60년대쯤에는 이 옆 동네 동춘동, 면우금 주변이 바다라서 갯벌에서 조개를 캤다고 하던데 혹시 그런 추억이 있으신지요?
저는 조개 캐고 그런 기억은 없어요. (천선미) 엄마, 난 그런 기억 있는데. 송도유원지쯤인 것 같은데, 거기는 온통 바다였었고 고기가 아주 많이 잘 잡혔어요. 아버지가 낚시해서, 아마 망둥이였었던 것 같은데 망둥이 넣고 수제비 해서 그 자리에서 해 먹었어요. 근데 남자들이라서 그런지 수제비 한 쪽이 주먹만 했었던 것 같아요. (이진선) 제가 결혼 전에 살던 곳에는 바다가 가까이 없었고 지금처럼 유통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생선이 흔치가 않아서인지 제가 생선을 별로 안 좋아 해요. 근데 남편은 인천 덕적도라서 생선을 좋아하고 자주 먹어야 하고, 이래서 서로 식성이 안 맞아서 상당히 어려웠어요. 김장김치 할 때도, 내가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왔으니, 남편이 시키는 대로 하는데, 김장김치에 생선을 막 넣으라고 했어요. 서해안이 젓갈을 많이 넣잖아요. 황석어, 밴댕이를 통째로 넣는 거야. 옛날엔 밤에 야식으로 먹는다고 김장배추 김치 머리만 자르고 손으로 좍좍 찢어서 밥에 얹어 먹을 때 그 생선 삭힌 거가 툭툭 튀어나오고, 아유 난 그런 거가 싫었어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같은 음식을 먹는 같은 지역 사람하고 결혼해야 맞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죠. 생선이 많이 나는 지역에서 사는 사람하고 그 반대인 사람하고 만났으니 먹는 음식이 안 맞죠.

결혼생활 하시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하려니 참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그냥 좀 순종하는 편이니까. 그리고 나는 시집올 때 밥도 할 줄 몰라서 밑에는 새까맣게 타고 위에는 생쌀이고, 파도 매워서 못 썰어서 남편이 해주고 했어요. 세월이 흐르고 내가 이제 잘하게 돼서 내 식대로 하면 “여기 젓갈이 안 들어갔 네.”, “새우젓이 안 들어갔네.”, “밴댕이가 안 들어갔네.”, 참견을 하더라구요.

내륙지방하고 인천 서해안하고는 어물 종류가 달랐겠네요.
그런 편이죠. 그리고 애들 아빠가 꽃게를 참 좋아했어요. 그때는 꽃게를 소금에 게장을 담갔어요.

소금게장은 처음 듣는데요, 지금도 소금게장을 해서 드시나요?
아뇨, 지금은 안 해 먹어요. 모두 안 해 먹잖아요? 소금에 하는 거가 낯설어요.

그 조리법을 계속 보존하면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될 것 같은데요. 혹시 그것도 남편분이 가르쳐 주신 건가요?
내가 소금에 하는 걸 모르니까 남편이 가르쳐 줬죠. 덕적도에 가면 소금에 뿌려서 따뜻한 부뚜막에다 놔두었다가 그다음 날에 먹더라구. 소금에 하는 게 더 담백하다 하더라구. 그 대신에 싱싱한 걸로 해야지. 그 맛도 기억이 나는데, 따뜻한 밥에다 그 게장을 넣어서 먹으면 진짜 맛있었어. 지금은 다시 간장게장으로 해 먹는데, 간장에 가미되는 게 많아선지 감칠맛이 좀 나지. 비린 거부감도 덜하고.

간장게장 하실 때 비법이 있으신지요?
요즘엔 유튜브에 보면 사과도 갈아 넣고 별거 별거 다 넣던데 나는 청양고추 좀 넣고 간장하고 물하고 짜지 않게, 중요한 게 맛술 넣는 게 중요하더라고. 그걸 넣으면 비린내가 안 나요.

예전엔 안 좋아하셨지만 이제 좋아하시게 된 생선 있으신지요?
꽃게 말고 갈치, 조기. 너(딸을 지칭)하고 아빠하고는 우럭을 좋아했지. 반건조해가지고 쌀뜨물에다 조림 양념을 해서 밥솥에 쪘어요. 옛날엔 밥을 불에 안치면 밥솥 안에 거의 다 쪘어요.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효율적으로 생활하셨던 것 같아요. 가마솥 밥 속에 여러개를 넣고 조리를 했으니까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되게 효율적이기도 하고 한 번에 두 가지 세 가지 음식을 하나만 넣는 것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쪄 먹을 수 있는 건 다 들어가는 것 같아요.

결혼 전에 충북에서 사실때 하고 결혼 후에는 이제 바닷가 쪽에서 사시면서 즐겨 드시는 음식이 이제 바뀌신 거잖아요. 생선 안 좋아하셨다가 생선도 드시고. 그럼 이제 생선을 즐겨 드시는지요?
(천선미) 우리 엄마는 고기도 생선도 별로 안 좋아하시고 채소 종류를 좋아하세요. 올봄에는 취나물하고 쌉싸름한 나물 초순 여린 잎 된장에 묻혀 먹으면 정말 맛있어. 정말 나물 좋아하고, 올봄에는 머우대를 못 먹었네. 

어렸을 적, 성장기 때 먹던 음식을 성인이 돼서도 좋아하게 되는 걸까요? 
저 어렸을 때는 나물을 잘 안 먹었어요. 인천에 와서 먹었어요. 어렸을 때는 호박, 깻잎 이런 거 좋아했어요.

깻잎은 연령대하고 상관없이 전 생애에 걸쳐 먹게 되는 거의 국민 음식인 것 같아요.
그 깻잎은 이런 데서 보기 힘든 거, 가을에 단풍깻잎으로 좀 억센 거를 삶아가지고 물기를 다 거둔 다음에 거기다 양념을 해가지고 지푸라기에 한 번 묶어 가지고, 항아리 속에 차곡차곡 넣으면 그게 겨울나고, 그 이듬해 초여름까지도 갔던 것 같아. 그게 그렇게 진짜 맛있었어요.

 


말하자면 지금의 장아찌인 거네요.
야들야들한 게 아니라, 억센 게 숙성을 해놓으면 노릇노릇해져. 그러면 학교 갔다 와서 우물을 퍼가지고 거기다 밥 말아 가지고 그거 하나씩 얹어서 먹으면 정말 옛날에 진짜 맛있었어.

깻잎을 예전에 하던 방식하고 지금은 이제 다른 조리법으로 해서 드시는 거잖아요. 근데 그렇게 변화된 이유가 뭐일까요?
그때는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이니까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소금에다 절여다 낸 거 같아요.

맛있었던 기억이 있으신 거잖아요?
그때는 뭐 먹거리가 그렇게 뭐 지금 같지도 않아. 그런 거를 떠나서 맛있었던 기억이 있지. 지금은 누가 공짜로 줘도 그냥 물리칠 사람 굉장히 많을 것 같아. 그게 이제 먹거리가 그만큼 흔해지고 우리 또 입맛도 변했다는 생각이 들지. 

먹거리가 흔해졌다 하더라도, 그래도 옛날에 먹던 게 생각나고 맛있죠. 그런 게 뭐가 있으세요?
주로 장아찌. 젓갈 종류. 새우젓은 잘 활용을 해요.

따님은 젓갈 종류를 좋아하시나요?
(천선미) 그게 가만 생각해 보면 엄마는 비린 생선 종류를 안 좋아하지만, 아버지 식성에 맞춰야 하니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생선을 자주 했고, 그러면서 우리가족도 어려서부터 생선을 먹었으니 자연스레 생선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따님은 결혼을 하니, 시부모님 식성은 본인하고 맞던가요?
(천선미) 안 맞았어요. 난 생선을 굽거나 조림을 좋아하는데 비해 시아버님은 매운탕이나 생선회를 좋아하셨어요. 서울 사람들은 회를 좋아하더라구. 그런데 시아버님이 며느리 입장도 생각해주셨어요. 그래서 남편이 중간에서 조율을 해서 결혼 초에는 남편이 하라는 방식대로 했어요.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어머니 시대하고 딸 시대하고 세대가 차이가 나는 만큼 시집 생활도 서로 반대인 거네요. 어머니는 남편 하라는 대로 하셨고 딸은 조율을 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았네요. 아무튼 나는 시집와서 음식이 안 맞아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한번은 임신하고 시집 덕적도를 갔는데, 석박지 김치를 먹는데 거기서 밴댕이가 통째로 툭 튀어나
오는 거예요. 흐물흐물한 것이. 남들은 그 젓갈이 고소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적응이 안 되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시아주버님이랑 다 어려워가지고 밥상 해서 이렇게 들여보내고, 나 혼자 부엌에서 먹는데 그냥 고추장 한 가지 갖다 놓고 부뚜막에 앉아 가지고 먹고 그랬지.

일반 음식의 간을 할 때도 어떤 사람은 액젓을 흔하게 사용을 하고 무침 할 때 도 액젓 쓰는 사람도 봤어요. 액젓은 두루두루 많이 사용하시는 편이세요?
그냥 나는 김치 쪽에만 넣고, 국에다가 액젓을 넣는다고 해서 나도 한번 넣어 봤거든. 근데 나는 아니다 싶잖아. 아무튼, 서해 쪽 사람들은 간을 할 때, 하물며 수제비를 할 때도 간장, 소금, 액젓 쓰고. 여기 서해 쪽에 사는 사람들은 액젓을 굉장히 즐겨서 조미료로 사용을 해요. 생각나는 거가 나는 얘 낳고서 김장을 처음 했는데, 그 젓갈도 뭘 쓸지를 몰라서 밴댕이, 전어, 황석어, 새우젓 애들 아버지가 넣으라는 대로 넣고 처음 한 건데, 그때는 뭐 오십 포기 했는데 세 항아리가 나왔어. 그거 한 항아리만 가져도 우리 실컷 먹는데 김치가 또 엄청 맛있는 거예요. 옛날엔 연탄광이 있는 맞은편에다가 항아리 세 개를 갖다 놨는데 꽝꽝 얼기도
했을 거야 아마. 그랬는데 김치가 맛있어 가지고 친구분들이 또 와서 술 먹으면 김치 맛있다고 그냥 뭐 사이다 맛이라고 엄청 좋아했어요. 옛날 김장김치는 시원한 맛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시원한 맛이 없어요. 온도 차이지. 아니면 이제 보관하는 장소도 이거는 기계잖아요. 이 냉장고가 나오기 전에 우리가 주택에서 살 적에 이렇게 땅 파고 묻어도 보고 그랬는데 옛날 맛이 안 나.

조리법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우리 입맛의 변화가 된 요인도 클 것 같아요. 우리 입맛도 인스턴트식품이나 상당히 자극적인 음식에 많이 길들여져 있죠. 그래서 그 입맛의 변화도 무시 못 할 것 같아요. 따님은 김치 직접 담가 드시나요?
(천선미) 여태껏 엄마가 가까이 사시니까 엄마 김치를 먹고 있어요. 엄마가 코치하는 대로 똑같이 담가도 묘하게 엄마 꺼가 맛있어요.

어머니는 50년 넘게 인천에서 사는 동안 음식이나 아니면 생활 풍속도 같은 거 혹시 비교가 되는 거 뭐 있을까요?
다른 지역하고 비교가 이렇게 눈에 띄게 비교할 거는 없지만, 결혼 초하고 후에 달라진 음식은 잘 모르겠네. 달라진 거라고는 이제 결혼 초에는 애들 백일이나 돌 때 집에서 막 잔치하고 집에서 늘 했는데 점점 외식 문화로 좀 바뀌면서 모든 행사는 밖에서 하고, 나이 들면서는 많이 나가서 사 먹지.

외식을 하게 되면 주로 드시는 음식 어떤 것이 있어요?
돼지갈비, 소갈비인데 주로 돼지갈비 많이 먹어요. 그리고 또 만두, 칼국수. 새집 칼국수는 단골이어서, 우리 거기 30년 넘게 가네.

어디에 있는 거예요?
(천선미) 인형극장 동구 신포동쪽. 그쪽이 만두 공갈빵도 먹고. 왜냐하면 그쪽에 저기 중국 사람들이 많이 살았어요. 지금은 거의 안 다녀요. 작년에 갔다가 다시 이제 오지 말자 그랬는데 우리 남편하고 올해 또 한 번 갔어요. 그런데 역시 이제 가지 말자 했어요. 피도 뻑뻑하고 4년 전 먹은 거 하고도 완전히 달라. 3, 4년 전에 먹었으면 그래도 괜찮았다고. 왜 맛이 없는지 모르겠네. 나는 이제 엄마가 해주던 거, 결혼해서 먹고 싶었던 게 박대를 잘라가지고 고추장 양념에다 조린 거 먹으면 박대 살이 이렇게 뚝뚝뚝 떨어져가지고 맛있었는데 지금은 박대가 흔하지가 않아요. 되게 귀한 음식이에요. 수입산이 많은데 맛이 없어요.

음식도 젊었을 적 향수로 먹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입맛도 어렸을 때로 돌아가는 거 같고요.
(천선미) 아, 회귀 얘기하니까 생각나는 거가 얼마 전에 미국에서 아들이 오랜만에 왔는데 할머니네 집에 가서 강된장 먹은 거 생각난다고 해서 엄마 집에가서 밥을 먹었어요. 그러니까 우리 이제 아까 친정엄마의 음식이 생각나고 내가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들이 이제 점점 나이 들면서 생각난다고 얘기했을 때, 그럼 과연 우리 아이들은 누구 음식을 생각할까 생각에 일단 저도 제가 음식을 제대로 못 했었으니까.집집마다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세대만 해도 벌써 엄마들이 음식을 갈수록 많이 사 먹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디 음식을 기억하고 어떤 음식을 생각할지 음식에 대한 정체성이 없어요. 피자니 뭐 아이들이 그거를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내 아이들은 누구 음식이 생각난다고 얘기를 할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들이 오랜만에 왔는데 할머니 음식이 생각난다는 거 보면 친정엄마의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같은 음식을 두고 모녀지간에 또는, 지금 삼 세대가 가까이 사시니까 차이 나는 조리법 또는 선호하는 음식의 차이가 있을까요?
나는 그냥 말 그대로 토속적이지. 지금은 이제 그런 건데 이제 얘네들이 하는거가 많이 달라진 게, 2~3년 전까지만 해도 뭘 해야 되겠다 하면 엄마한테 엄마 어떻게 하는 거야 다 물어봤는데, 요새는 휴대전화에서 검색해서 하지.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지.

따님이 자신 있게 잘할 수 있고, 즐겨 먹는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고, 왜 그 음식을 좋아하게 됐는지요?
(천선미) 난 매운탕 많이 좋아해서 매운탕 하는 조리법은 그러니까 옛날에 엄마가 해줬던 조리법 또는 시어머님이 안 계셨으니까, 그냥 인터넷 레시피 보고 해요. 옛날에는 회 뜨러 가면 아줌마한테 물어봐서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몇 번 하다 보니까 이제 나만의 어떤 노하우가 생긴 거지. 그다음에 닭볶음탕. 그러니까 매운탕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런 거죠. 결혼 생활 하면서 시아버님이 이렇게 먹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고, 그걸 이제 그렇게 해서 좋아하게 된 거죠.

내가 자주 해 먹는 음식이 인천 지역에서 흔한 거고 여건상 자주 해 먹다 보니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천선미) 그죠. 생선이 흔하고 시댁에서 이제 좋아하고, 친정아버지가 좋아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게 이제 나도 그렇게 이어가는 거죠.

인천 태생이고 미추홀구에서 이제 오랫동안 사는 그 입장에서 미추홀구의 음식 또는 미추홀구 생활의 특색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천선미) 아무래도 회 하고 젓갈. 왜냐하면 여기에 그런 시장들이 있잖아요. 소래 어시장, 연안부두 쪽에 어시장도 크잖아요. 강화 가는 길에도 많고. 지역적으로 좀 다른 데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선이 많다 보니 메뉴로 그렇게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이제 지역에 그런 영향을 자연스럽게 이제 받는 거야.

옛날하고 지금하고 달라진 게 어떤 큰 명절이나 이럴 때 달라진 풍속도가 뭐가 있을까요?
명절 때는 각자 가족끼리 하겠지만 제일 달라진 게, 그 김장을 옛날에는 많이했잖아요. 50포기 막 100포기. 최고로 많이 한 게 120포기. 혼자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해요. 누구네 집 누구네 집 그거 하면 오라고 안 해도 막 다 스스로 와서 다 쪼개고 절이고 막 이렇게 해주고. 그냥 이웃 주민들이 많이 다 해줬지. 그러면 그때 이제 김장을 하면 점심을 다 해놓고 먹든지 그렇게 하잖아요.

그때 드시던 음식 뭐였어요?
무조건 수육해서 그날 이제 양념에서 아니 거기다 이제 속 싸 먹고, 아니면 이제 동태 사다가 무 넣고 이렇게 하든가, 아니면 또 떨어진 이파리에 된장 넣고 끓이고. 그리고 이제 그날 와서 수고 한 사람들에게 속하고 배추하고 반 포기씩 싸주잖아. 근데 지금은 이제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김장을 같이 아는 사람하고 하는 건, 성당 사람 한 두 명하고 함께 하죠. 외식도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그리고 또 어울리는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면 외식 많이 하게 되죠. 이제 나이가 들수록 집밥 해 먹기 좀 귀찮고 언제부턴가 이 코로나 때문에 성당에도 못 나가고 집에 번갈아 가면서 기도하고 밖에서 밥 먹고, 거기서 이제 발단이 된 것 같아. (천선미) 외식을 자주 하다 보니 집에서 밥 먹는 횟수도 이제 자연스럽게 줄어 들어요. 근데 우리 애들은 완전히 결혼 초에 내가 집에서 해 먹고 이런 반찬을 안 찾아요. 인스턴트 아니면 뭐 정체 모를 수입해 오는 그런 것들이 많아. 근데 지금은 이제 나이가 드니까 나가서 먹는 거보다 집 음식을 좋아해요. 사실은 지금은 밖에 나가면 먹을 게 얼마나 많아요. 엄청 다양하잖아. 맛있게 하는 데도 있고 근데 한두 번 나가다 보면 역시 금방 싫증 나죠. 외식은 먹고 나서 속이 편치 않을 때가 많아요.

 


왜 그럴까라는 생각 혹시 해본 적 있으세요?
(천선미) 합성 조미료라든가 첨가되는 그런 것들이 한 번 맛에는 혹할 수 있지만, 근데 이제 자꾸 되풀이해서 안 먹게 되는 이유가 그런 것 같아요. 자극적인 설탕 우리 흔히 얘기하는 단맛 짠맛 그게 이제 혹하게 될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이제 지속적으로 먹기에는 한계가 있는 거가 그런 것 같아. 집밥은 거의 매일 먹어도 싫증이 안 나는 거에는 뭔가가 있을 거란 말이에요. 냉장고에 있는 200거 한두 가지 반찬 꺼내 가지고 먹어도 그냥 그게 오히려 속도 편해요. 속이 편하기 때문에 평생에 걸쳐 집밥을 먹게 되는 것 같아요.

먹을거리 다양하고 맛있는 듯싶은 게 많은 세상이지만 결국 집밥의 승리네요. 누구든 거주 지역에서 많이 나는 지역 특산물을 자연스럽게 많이 먹게 되고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천 사람들은 생선 종류를 자주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분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랜 시간 재미있는 말씀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시민기록일지
· 면담자 : 표기자 (면담지원 : 조용희)
· 면담일시 : 2021. 10. 11.
· 면담장소 : 이진선 선생님 댁